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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지금은 스러저간 수많은 사람들과 수많은 작품들은 저희에게 같은 질문을 던져왔습니다. 이 작품이 던지는 질문도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겠지요. 유한성을 잃은 인간은 인간으로 남을 수 있는가.
이 작품은 인간의 생과 사에 관한 책입니다.
줄거리
오염되어 인간이 더 이상 살 수 없게 된 지구, 여기저기 멸망의 흔적이 보이는 땅에 인간인지 모를 한 가족이 살고 있습니다. 끝모를 원주율을 적고, 누워서 수많은 하루를 보내며 흘러가는 별들을 관찰합니다. 주인공들은 유한성을 잃은 인간입니다. 무한한 삶을 사는 그들에게 모든 생들은 타자에 불과합니다. 그들 뒤에 남겨진 끝없는 애완동물의 무덤 행렬은 이를 증명합니다. 그 무엇도 그들과 함께할 수 없습니다.
반복되는 그들의 삶 속에 한 가지 변화가 찾아옵니다. 한 우주비행사가 지구에 불시착한 것이지요. 우주비행사는 딸을 출산하고 죽음을 맞습니다. 아이들은 그 아이에게 '마리'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변하지 않는 아이들과는 다르게 하루가 다르게 마리는 자라나고, 병을 앓고 있던 그녀에게 죽음은 서서히 다가오지요. 죽음을 앞둔 마리 앞에 아이들의 어머니가 나타납니다.
어머니는 단순한 인간으로서 묘사되지 않습니다. 마녀, 여신, 인간을 초월한 불사자의 시초이지요. 두 아이에게 불사성을 부여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마리에게 선택을 강요합니다. 자신의 피를 마시면 영생을 얻을 수 있다고, 그러나 마리는 영생을 포기하고 인간으로서 죽음을 택합니다. 두 아이들 중 하나인 마키는 뒤에서 이 장면을 조용히 바라만 보고 있었지요.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아이들이 불사가 된 이유와, 어떻게 하면 불사를 벗어날 수 있는지 알려줍니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아이들에게 죽음을 "빼앗았다" 라고 말하지요.
마키는 전 지구를 돌아다니며 지구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습니다. 혼자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지만 괜찮습니다. 그들에게는 무한한 시간이 있거든요.
수많은 낮밤이 흐르고, 마키는 우주발사대와 우주선을 발견하고, 두 아이는 지구를 떠날 준비를 마쳤습니다. 하지만 마키는 어머니를 위해 지구에 남기로 결심하지요. 파이는 결국 홀로 우주로 떠납니다.
평범한 인간들처럼, 이제 그녀도 나이를 먹고, 다가오는 죽음을 마주치게 되겠지요.
마무리
영원이란 단어는 우리에게는 끝도 없이 아득하게 다가옵니다. 기나긴 삶도 영원 앞에서는 찰나에 불과하지요. 우리가 상상하는 그 어떤 긴 시간조차도 그 앞에서는 티끌과 다를 바 없습니다. 우리의 정체성은 그 앞에서 흐려지고, 덧씌워져 어느 새 스스로를 자신이라고 칭하기 어려워 질 것입니다. 영원의 무게는 이와 같습니다.
작가는 우리에게 이러한 삶을 설파합니다. 마리와 파이의 삶을 통해서, 인간이 인간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말이죠. 얼핏 보면 불사는 좋아 보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주변의 모든 것이 스러지고, 홀로 남은 우리는 진정한 '불사'가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네. 끝없는 고독함 뿐이지요. 모든 것은 시간 앞에 무력하고 덧없어질 뿐입니다.
영생은 축복일까요. 시간이 흐르고 흘러 기억조차 단순한 부산물로서 취급될 때, 우리는 더 이상 인간으로 남을 수 있을까요. 짧지만 큰 인상을 준 책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쓴 북리뷰네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by lind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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