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 올가 토카르추프
우울하고, 신비한 관념의 소설, 올가 토카르추프의 생태 미스터리
겨울은 11월 초, ‘모든 성인의 날’ 이 지나자마자 바로 시작된다. 가을은 자신의 모든 도구와 장난감을 거두어들이고, 들판의 경계선에 서 있는 나무 아래에서 이제 더는 쓸모가 없는 나뭇잎들을 모조리 휩쓸어 버리고, 풀밭에서는 색이 희미해질 때까지 녹색의 기운을 벗겨 낸다. 그러면 모든 것이 흰 바탕에 검은색으로 변한다. 쟁기질을 한 들판 위로 눈이 쌓인다.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나는 블레이크의 시구를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래서 과연 그렇게 되었을까?
“좋은 소설이란 그 외피가 스릴러이든 로맨스이든 상관없이 세상을 향해 지혜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합니다.” 저자는 독일의 한 TV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리고 이 소설은 이 말 그대로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읽은 지 한참 된 소설입니다. 기억을 되새겨 볼 겸, 이렇게 리뷰를 씁니다. 올가 토카르추프의 소설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는 스릴러 장르를 표방합니다. 주인공인 두셰이코 부인의 주위에서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들이 벌어지고 그 와중에 벌어지는 일들을 저자는 미려한 문체로 풀어내지요.
주인공인 두셰이코 부인은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임과 동시에, 고등 교육을 받은 지성인입니다. 그러면서 점성학에 심취하여 신비로운 것들을 믿지요. 그녀는 주변 사람들을 이름이 아닌 자신만의 호칭으로 부르며, 이를 통해 주변인의 의미를 그녀 스스로 재구성합니다.
점성학과 생태학의 결합 속에서 평범한 소설만 같았던 전개는 점점 빨라집니다. 누군가가 죽고,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고, 주인공 두셰이코 부인은 이러한 사건들을 인간에 대한 동물의 복수라고 소리치지요.
하지만 이것들은 모두 동물들의 이름 아래 두셰이코 부인이 벌였던 일들이었지요. 자연을 대행해 인간들에게 형벌을 내리면서, 두셰이코 부인은 자신의 두 딸, 두 개, 밀렵과 사냥으로 죽은 모든 동물들을 위해 복수를 표방합니다. 아마도 이러한 행위는 부인에게 있어서 필연이었을 것입니다.
“그거 아세요? 우리가 때로는 스스로 창조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무엇이 나쁜지 좋은지도 직접 정하고, 자신을 위해 의미의 지도를 손수 그리면서요. 그러고 나서는 자신이 고안해 낸 뭔가를 쟁취하려고 평생을 아등바등 살아갑니다. 문제는 사람마다 각기 다른 버전을 갖고 있어서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거죠.”
여기서 저는 제목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죽은 이들은 아마도 이 세상의 모든 동식물들이겠지요. ‘쟁기를 끈다’는 행위는 그들의 묘지, 지구라는 세상 위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든 행위와 다를 바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과거의 잔재 위에서 살아갑니다. 이러한 자연의 법칙 속에서 우리는 오히려 자연을 파괴하고, 인간만의 법칙을 세우며 살아갑니다. 과연 이러한 삶이 옳다고 말할 수 있는 삶일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결코 스릴러 소설같지 않은 스릴러 소설이었습니다. 작가의 미려한 문체도 제가 이 책을 흡입하듯 읽게 만든 원인 중 하나였겠지요.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아직도 조금 헷갈리는 제목입니다. 과연 저는 어떠한 쟁기를 끌고 있을까요.
- by Lind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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