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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달과 6펜스, 서머셋 몸 장편소설

by 린딘 2022.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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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 서머셋 몸 장편소설

 

 우리가 각 분야의 거장들을 동경하는 이유는 그들은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을 성취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우리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가졌으며, 우리가 포기하지 못한 것들을 기꺼이 포기한 사람들이겠지요. 그렇기에 우리는 그들에게 매혹됩니다. 그들은 물질적인 유혹을 떨치고 자신의 삶을 작품에 새겼으며, 스스로를 해쳐가며 붓끝에 감정을 담았습니다. 단 한 줄의 글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도 하지요.

 

 저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러기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유혹에 쉽게 미혹되며, 물질에 쉽게 굴복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속된 말로 현실에 안주한다고 말하지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힙니다. 건강, 금전, 시간 등 수많은 장벽들이 우리가 이상을 추구하는 것을 방해합니다. 저는 차마 이러한 장벽을 뛰어넘을 용기가 없어, 한마디 핑계를 덧붙이고는 현실로 되돌아갑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에 생각하지요.

 

만약 그때 포기하지 않았다면

 

하고 말이에요.

 

달을 쫓는 고상한 영혼, 찰스 스트릭랜드

 

지금 생각해 보니 그런 환상이 줄곧 그를 사로잡고 눈을 현혹시켜 그로 하여금 진실을 보지 못하게 했던 모양이다. 현실은 무자비했지만, 그는 늘 영혼의 눈으로 낭만적인 산적이며 그림 같은 유적이 가득 한 이탈리아를 보았던 것이다. 그가 그린 것은 하나의 이상이었다. 보잘것없고 평범하고 낡아빠진 것임에 틀림없었지만, 이상은 이상이었다. 그리고 그 이상을 향한 마음 덕분에 그의 성격은 특이한 매력을 띠게 되었던 것이다.”

 

 소설 속에서 화자가 묘사하는 화가, 스트릭랜드도 그런 사람입니다. 그는 중년의 사내로, 두 아이와 아내와 함께 살고 있는 은행원입니다. 어느 날 그는 아내와 가족들을 버리고 파리로 떠납니다. 예술가라는 꿈을 쫓아 파리로 간 그는, 여자와 함께 호화롭게 살고 있을 것이라는 주변 사람들의 추측들과는 달리 가난한 하층민의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는 스트릭랜드를 확인하고 그가 왜 이런 삶을 택했는지 궁금해합니다. 그에게 물어봤지만 그는 냉소적인 웃음만 보일 뿐이었지요. 그렇게 예술을 쫓으며 고된 삶에 치여 힘겹게 살아가던 스트릭랜드는 스트로브라는 네덜란드 화가의 도움을 받게 됩니다.

 

이런 이야기를 그럴싸하게 덧붙일 수도 있다. 어쩌다 한 늙은 화가를 알게 된다. 이 화가는 생활이 빈곤하여, 아니면 상업적인 출세욕이 강하여 젊은 시절의 천재성을 잘못 사용하고 만 사람인데, 자기가 낭비해 버린 가능성을 스트릭랜드에게서 발견하고 그로 하여금 모든 것을 버리고 오직 신성한 예술의 욕구가 명령하는 대로만 따르도록 영향을 준다는 이야기 같은 것 말이다. 부와 명예를 가진 성공한 노인이 더 나은 인생인 줄 알면서도 자신은 용기가 없어 추구하지 못했던 인생을 다른 이를 통해 살고자 하는 모습을 그려냈다면, 뭔가 아이러니를 지닌 이야기가 되지 않았을까.”

 

 또 한 명의 등장인물, 더크 스트로브는 상당히 안쓰러운 인물로 그려집니다. 상업적인 그림을 그려 어느 정도 재산상의 여유는 있으나, 다른 화가들에게 비웃음을 당해도 참고 마는 그런 인물이지요. 그에게 있어서 스트릭랜드는 자신이 가지 못한 길, 예술의 길을 추구하는 천재로만 보입니다. 스트릭랜드에게 어떤 모욕을 당해도, 심지어는 아내마저 빼앗겨도 그는 오히려 아내와 스트릭랜드에게 자신의 집을 내어주고 그가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합니다. 하지만 스트릭랜드에게는 자신을 좋아한 스트로브의 아내마저 거추장스러운 존재에 불과했습니다. 끝내 스트릭랜드의 마음을 얻지 못한 스트로브의 아내, 블란치는 끔찍한 모습으로 목숨을 끊습니다. 그녀의 모습은 이제 스트릭랜드의 그림에서만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스트릭랜드는 도시의 삶을 뒤로 하고 타히티로 향합니다. 타히티에서 그는 아타라는 원주민 여자와 함께 살면서 그림을 그리는 목가적인 삶을 살아갑니다. 불행히도 스트릭랜드는 나병에 걸리게 되고, 고통스러운 병 속에서 자신이 살던 집의 벽과 천장에 최후의 그림을 남깁니다.

 

 그를 치료하러 온 의사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천재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걸작이었지요. 하지만 이 작품은 그의 유언에 의해 불타게 되고, 타오르는 불길은 결국 스트릭랜드의 작품을 집어삼킵니다.

 

 대략적인 줄거리였습니다. 참 매혹적인 서사 아닌가요. 저는 소설 속의 스트릭랜드와 같은 사람을 미치도록 좋아합니다. 마치 사명을 가지고 이 세상에 내려온 것처럼 자신의 삶을 불태워 목표를 위해 살아가는 사람. 닮고 싶지만 결코 닮을 수 없는 사람. 제가 만약 스트릭랜드의 주위에 있었으면 스트로브처럼 고통받으면서도 그 주위를 떠날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름답게 빛나는 불빛 근처의 불나방처럼, 상처입으면서도 벗어날 수 없는 불길의 포로. 그에게 매혹된 등장인물들은 모두 비슷한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제목에 대해서 생각해봅시다. ‘은 스트릭랜드가 추구하는 광적인 예술의 세계입니다. 그가 그려내고자 하는 이상입니다. ‘펜스는 그를 붙잡는 미혹, 물질적인 유혹, , 현실을 뜻하지요. 소설은 스트릭랜드의 삶을 통해서 이상과 현실의 대비를 보여줍니다. 소설의 서사는 스트릭랜드가 세속세계에서 벗어나 자신의 이상을 구현해내는 과정을 그려내지요.

 

 매력적인 주제입니다. 우리는 어린 시절 모두 자신의 꿈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우주비행사는 우리 모두의 꿈 목록에 한 번쯤 적혔을 단어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건 단지 어린 시절의 꿈에 불과한 생각이었다는 것을 말이에요. 우리는 지금 달을 바라보는 대신 동전 6펜스를 줍고 있지요. 달은 어느 새 저 멀리 있습니다.

 서머셋 몸은 이 소설의 모티프를 폴 고갱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학창시절 잠깐 고갱의 그림을 접한 적이 있었지만, 이 소설을 읽고 나니 고갱의 작품들이 조금은 다르게 보이네요.

 

밤이 되어 배가 미풍을 받아 상쾌하게 달리기 시작하면 뱃사람들은 상갑판으로 모여들고, 선장과 화물 감독은 갑판 의자에 주저앉아 한가로이 파이프 담배를 피우는데, 그가 색색거리는 아코디언의 반주에 맞추어 또 다른 젊은이와 함께 격렬하게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이 눈앞에 보였다. 머리 위엔 푸른 하늘과 총총한 별들, 사방에는 막막한 태평양 뿐이다.”

 

 이 소설은 서사와 캐릭터도 미친듯이 매력적이었지만 작가의 묘사와 비유도 마음을 잡아 끌었습니다. 글을 읽고 잠깐 눈을 감고 있으면, 작가가 묘사한 풍경이 눈 앞에 떠오르는 듯 했지요. 정말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이북으로 가볍게 읽게 시작한 책이 이렇게 저를 매혹시킬 줄은 저도 몰랐네요. 지금껏 읽은 책들 중에 한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회가 되면 원서도 찾아 읽어 원문의 맛을 꼭 한 번 느껴봐야겠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by Lind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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