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관한 철학적 논증 : 당신은 죽음이 없는 삶을 상상해 본 적 있나요?
죽음이란 무엇인가 - 셸리 케이건
저는 어린 시절 가끔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곤 했습니다. 초등학교도 안 들어간 어린아이가 이런 고민을 했다면 믿으시겠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조금은 웃음이 나오는 일이네요. 그 시절 제가 생각했던 죽음은 영원한 고독의 연속이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공간, 철저한 무의 공간에서 지속되는 영원한 사유. 그 끝나지 않는 외로움을 상상하다 보면, 어느 새 몸서리치며 어머니 품 속으로 안겨들곤 했지요.
-죽음에 관한 철학적 논증 : 당신은 죽음이 없는 삶을 상상해 본 적 있나요?
인간은 미지의 존재를 두려워합니다. 단순한 맹수부터 자연재해, 전염병까지. 이들은 모두 괴력난신이라 불리우며 숭배와 두려움의 대상이 되곤 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의 신비가 벗겨지고, 규명되면서 이들은 모두 과학이라는 이름 아래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별! 우리는 호기심이라는 미명을 따라 우주마저 정복했습니다. 빛조차도 아인슈타인의 연구를 통해 낱낱히 해부되었지요. 이제 우리가 밝혀낼 수 있는 것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직 죽음만은 저 너머에서,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스틱스 강 너머에서 우리를 지켜볼 뿐입니다. 우리는 죽음을 경험적으로 논증할 수 없기에 죽음을 더욱 두려워하는지도 모르지요.
저자 셸리 케이건은 이 두려움을 깊숙히 파고듭니다. 조금 더 근원적으로, 그리고 그 앞에서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까지. 책을 읽은 뒤 우리는 삶을 향해 한 발자국 더 나아갑니다. 한 번 뿐인 삶을 더욱 가치있게 보내기 위해서 말이지요.
'삶이 끝난 후에도 삶은 지속되는가?''
작가는 우리에게 자기모순성을 지닌 이 재미있는 질문을 던집니다. 이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하고 싶으신가요? 대부분의 유신론자는 아마도 긍정적인 대답을 던지겠지요. 무신론자, 불가지론자는 아마도 부정적인 대답을 내놓을 것입니다. 어떤 차이가 대답을 갈라놓는다고 생각하시나요?
작가는 이에 대해 두 가지 관점을 내놓습니다. 인간이 육체와 영혼으로 이루어졌다고 바라보는 관점인 '이원론', 인간이 육체만으로 이루어진 존재라고 생각하는 '물리주의'가 바로 그것입니다. 삶이 끝난 후에 삶이 이어진다고 생각하신다면, 그리고 영혼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신다면, 당신이 바라보는 죽음은 단순한 육체적인 죽음과는 조금 거리가 먼 것이겠지요.
작가는 영혼의 존재에 의문을 가지며 여러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또 플라톤의 '이데아', 본질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고 그의 형이상학을 정면에서 논박하며, 데카르트의 사유, 'Cogito, ergo sum,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에 대해서도 본인의 주장을 펼치며 물리주의의 진리를 설파합니다. 그의 관점에서 영혼은 존재하지 않고, 우리는 살아있는 기계에 불과하지요. 스위치를 끄면 멈추는 것과 같은, 그에게 죽음은 그것과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죽음의 필연성, 가변성, 예측 불가능성, 편재성을 설명하지요.
'삶이 소중한 이유는 언젠가 끝나기 때문이다. - 프란츠 카프카'
이 책이 더욱 흥미로운 까닭은 영생과 자살을 바라보는 작가의 관점입니다. 그는 먼저 삶을 수학적으로 계량하기 위해 삶의 모든 일들을 음과 양으로 나누고 그 총합을 구했습니다. 그 총합의 값이 양일 경우에는 삶은 길수록 가치있는 것이 되며, 반대의 경우에는 짧을수록 좋은 것이 되겠지요. 그는 박탈 이론, '죽음은 삶이 주는 좋은 것들을 박탈해가기 때문에 나쁘다'를 차용하여 죽음이 상대적으로 나쁠 수 있다고 주장하나, 그 길이가 영원해질 경우에는 삶은 그 매력을 잃어버리며 음으로 치환될 수 있음을 설명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자체로 빠르게 삶을 끝내버리는 자살이 나쁜 선택임을 논증하지요. 충분히 산다면 누릴 수 있는 기쁨을 자살을 통해 박탈해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책 내용이 길다 보니 모든 내용을 적지는 못했습니다만, 처음 이 책을 읽은 후의 충격은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책의 결론은 아직까지도 그 여운이 남아 있습니다. 고대 로마에는 개선장군에게 '메멘토 모리'라고 말해주는 노예가 있었다고 합니다.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이 문장을 통해 빛나는 삶의 봉우리에 있는 장군에게 죽음을 일깨워주며 겸손하게 살아가라는 교훈을 주었다고 합니다. 결국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도 크게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우리의 뒤에 죽음이 있음을 인지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간다면 그 또한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아, 그렇다고 작가를 너무 맹신하지는 마세요. 혹시 모르지요. 작가가 틀렸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타나토노트' 시리즈처럼, 사후세계에서 새로운 모험을 펼쳐나갈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 by Lindin -